제퍼슨 대학과의 관계는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지속되었다. 예가(Jaeger) 교수가 정년퇴임을 하실 때에는 축하와 위로와 감사의 전화를 서울에서 걸기도 했다. 그 후 심장병이 악화되어 서거하셨지만 참으로 잊지 못할 은인이라 할 수 있다.
제퍼슨 대학에는 그 후 서울대학교 후배인 정구영 박사가 심장내과 교수로 임명되어서 한국인의 명성이 더욱 높아졌다. 정 박사는 우리나라의 유명한 해부학자인 정일천 교수의 장남으로서 수십 권의 저서를 미국에서 발간한, 심장병 특히 심전도의 권위자로서 내가 제퍼슨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데 많은 조력을 해주었다.
연세대 출신으로는 방사선과에 이규환 교수도 한때 봉직했으면 피부과의 고영제 교수는 제퍼슨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병리학의 현봉학 교수, 내과의 한영애 교수 등이 활약하고 있어서 자랑스러웠다.
내가 세계의사회장이 되고 난 후에 콘넬라 부총장 겸 학장의 도움으로 명예박사 수여 문제가 급진전되어 1987년에 명예법학박사를 수여하기로 결정했다는 통지를 받았다. 1987년 6월 4일, 나는 필라델피아의 포시즌호텔에서 제퍼슨 대학의 이사장, 총장을 포함한 각과 과장, 한국인 교수들을 초대해서 만찬을 베풀었다.
마침 펜실버니아주의, 알렌타운에 와 계셨던 김성진 선생께서도 시간을 내어 참석하시어 영광이었다. 그때 나는 한국의학 백년사를 슬라이드를 통해 소개하면서 1984년에 내한한 알렌 박사의 업적과 한국의학과 미국의학과의 깊고 깊은 관계를 설명하여 많은 관심을 끌었다. 여흥으로는 유명한 커티스음학학교의 한국인 여학생들의 연주가 있어서 더욱 뜻 깊은 모임이 되었다.
1987년 6월 5일, 아름답기로 유명한 필라델피아 음악당에서 제퍼슨 대학 졸업식이 개최되었다, 이미 충북대학교에서 명예 이학박사를 받은 경험이 있기는 했지만 옛날 젋었을 때 공부했던 외국의 대학에서 개최되는 행사였기 때문에 긴장과 감격이 교차하는 시간이 되었다.
특히 졸업식에서 연설까지 하게 되었으니 영원히 잊지 못할 영광스런 순간이었다. 의과대학 졸업생들에 대한 졸업장 수여가 끝난 다음 콘넬라 학장의 추천사 낭독이 있은 다음 총장과 이사장에 의한 명예박사 학위수여 절차를 끝마치고 약 10분 동안 연설을 하게 되었다.
1954년 7월 1일. 잿더미의 조국을 떠나 새로운 학문을 배우고자 제퍼슨 대학병원을 들어섰을 때부터 지나간 추억을 회고하면서 일진월보(日進月步) 하는 의학지식과 기술 못지 않게 의사들의 윤리관과 사명감이 중요하다는 점과, 현재 의사들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와 환자 사이에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따뜻한 정이 흐르는 의료로 발전시켜 나가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내 영어연설을 처음 듣는 정구영 박사가 다소 걱정스런 표정으로 앉아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는데, 무사히 끝나게 되어 다행이었다,. 나중에 들으니 나의 연설을 좋게 평가해주는 전화가 콘넬라 학장실에서 걸려 오기도 했다고 한다.
그때의 명예법학박사 추천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문태준 박사는 조국인 한국 의국민들을 위해 의학과 정치분야 등에서 국내외에 봉사를 한 대단히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조국을 떠나서 토마스 제퍼슨 대학에서 신경외과학을 전공했다. 학업을 끝낸 다음 문 박사는 서울에 돌아와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재임하면서 신경외과학교실을 창립했고, 임상의사와 교육자로서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문 박사는 나중에 청치분야에 투신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다. 14년간 국회의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동안 한국은 공업화와 현대화에 현저한 발전을 이룩했다. 문 박사는 의료수준을 높이는데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했으며 정치인으로서 의료와 환자 사이에 놓여 져 있던 여러 가지 장벽을 허무는데, 남다른 공헌을 했다.
그의 다른 탁월한 업적 중에는 과거 9년간 대한의학협회 회장으로 봉사했으며 세계의사회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아∙태양주의사회연맹 회장직도 수행했다. 문태준 박사의 교육자, 의사, 정치지도자로서의 업적을 인정하여 이에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바이다.’
여기서 조셉 콘넬라 박사에 대해서 몇 줄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제퍼슨과의 관계는 콘넬라 학장을 통해서 깊어졌으며, 잊지 못할 추억이 더욱 늘어났다.
콘넬라 박사는 16세 때 조국인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이민했으며, 하버드대학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이민한 학생이 하버드대학에 입학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만큼 그 분의 우수성을 짐작할 만하다.
졸업 후 1960년 후반기에 군의관으로 한국에 와서 의정부에 있던 야전병원에서 복무했으며, 그때 미국 적십자사에 근무하던 린다 여사를 만나 결혼하게 되었고, 한국에 대해 잊지못할 애정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제퍼슨 대학의 교수로, 부학장으로, 그리고 학장으로 선출되면서 의학교육 분야에서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아졌다. 미국 의학협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직도 맡고 있었다,.
특히 콘넬라 학장이 책임을 맡은 후 대학과 병원이 급속도로 발전해서 1992년부터 3년간 미국의 <유에스 뉴스랜드 월드 리포터>가 선정한 임상교육분야에서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는 외국인 교수들에게 많은 힘이 되어 주었으며, 특히 한국인 교수들에게 각별히 호의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1986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었던 나의 공식 초청을 받아 내한한 콘넬라 박사는 서울대학교 병원 등 여러 곳에서 강연을 하고 옛날에 근무했던 의정부의 미군기지도 방문했다. 대한의학협회는 콘넬라 박사를 명예회원으로 추대했고, 그 후 토마스 제퍼슨 대학교는 순천향대학교와 인천 길병원과 자매결연을 맺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의료보험이 확대되면서 의료가 양적 면에서는 국민의 욕망을 충족하는데, 성공하였으나 질적 수준의 향상이라는 관졈에서는 미흡한 점이 많았다. 따라서 세계 최고의 수준인 미국과의 활발한 교류가 우리나라 의학발전에 필수적이라는 생각에서 의학협회와 제퍼슨 대학이 앞장서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그후 제퍼슨 대학에서는 수련의 과정을 끝낸 우리나라의 강사급 이상의 의사들을 팰로로 받아서 1~2년간 연구생활을 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기로 했고, 수십 명의 의사들이 이미 그 연수 혜택을 받기도 했다.
이런 혜택에 대해 콘델라 박사는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받았다. 이런 관계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곤넬라 학장과 정구영 교수, 고영제 교수 등의 노력이 컸다고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그 이후로도 곤넬라 학장과 나와의 우정은 깊게 지속되어 내가 아는 외국인 중에서 가장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