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소총소대의 기본무기는 M1 소총이고 AR자동소총은 주요화력이었는데, 이 총들은 미국인 체격에 맞게 만들어진 것이어서 크고 무거울 뿐 아니라 실탄도 역시 크고 무거운 게 단점이었다. 또한 한 클럽에 8발 밖에 안 들어가 한 클럽을 쏜 다음 다른 클럽으로 장전해야 한다. 작전 중 민가를 수색하다보면 월맹군이나 베트콩들이 우리도 못 가진 M16자동소총을 들고 신나는 모습으로 찍은 사진들을 보았다.
M1소총은 제2차세계대전 때 사용하던 것이어서 이미 노후한 지라 가스활대는 반자동이 되지 않는 것도 있었다. 야간 방어 때에 어느 병사는 가스활대가 반자동이 안 된다고 M1소총을 들고 와서 바꾸어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총알이 안 나가면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청룡부대에 M16자동소총이 최초로 지급된 것은 1967년 4월 24일이었지만, 1단계로 900정만 우선 공급되어서 우리 2대대에 까지 공급된 것은 내가 청룡부대 소총부대장으로 부임한지 넉 달쯤 되었을 무렵인 7월 중순이었다. M16자동소총을 새로 받아든 병사들은 날 듯이 기뻐하였다.
M16소총은 길이가 짧고 가벼워 우리 병사들의 체력에 알맞았고, 특히 정글전에는 더욱 효과적이었다. 또 좋은 점은 20발 또는 30발짜리 탄창이 있어서 자동으로 방아쇠를 잡아당기면 20발이고 30발이고 순간에 발사되는 점이었다. 전투에 더욱 자신감이 생겼고, 코앞에 닥친 적 소대병력쯤은 혼자서라도 다 해치울 것만 같았다.
실탄은 작고 가벼워서 탄창에 총알을 다 채워 넣어도 가벼웠다. 어떤 병사들은 이것도 부족했던지, 탄창을 세 개씩이나 엮어 매어서 즉각 바꾸어 낄수 있도록 만들기도 했다. 우리가 여지껏 소재했던 M1소총과 AR자동소총, 그리고 몇 자루의 칼빈소총들은 정든 물건이었지만 모두 반납하였다. 소대 화력은 M16자동소총을 바뀌어졌고, 분대 무기인 M79유탄발사기는 매우 효율적인 곡사회기로 사용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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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남전에서 M16 자동소총으로 사격을 하고 있는 한국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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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79유탄발사기는 50m에서 100m 정도의 사거리인데, 수류탄 투척거리보다 길어서 유용한 무기였다. 특히 엄폐물(掩蔽物, 야전에서 적의 포탄을 막기 위하여 이용하는 지상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뒤에서 사격하는 적병을 제압하는데 쓸모가 있었다. M79유탄발사기는 분대에 1문씩, 소대에 3문을 보유했다.
라켓트는 사수, 부사수 두 명을 배속받아 운용하는데, 신형은 가볍고 많이 휴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1회용이어서 사용하고는 버리니까 펀리하였다. 구식 3.5인치는 덩치가 크고 무거울 뿐 아니라 휴대하고 기동하기에는 불편하였고, 포탄이 무거워서 부사수가 많이 가지고 다니기에 힘든 형편이었다.
LMG기관총을 방어하는 데는 아주 훌륭한 무기였고, 공격하는데도 매우 중요한 무기였지만 휴대하고 기동하기에 힘들었다. M16소총은 총령 안쪽의 강선(鋼線, 탄환이 회전하면서 나가기 위하여 총신이나 포신 내면에 나사 모양으로 파 놓은 홈)이 육조우선(六條右線)으로, M1소총이 4주우선인데 비하여 두 줄이 더 많아서 회전속도가 더 빠르고 명중률도 더 좋았다. M1소총은 유효사거리가 50m인데 비하여 M16은 460m으로 짧기는 하나 밀림전에서는 이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106고지 북쪽 늪지대에서 미 해병대가 작전을 하게 되어 우리는 브라킹작전(차단작전)에 투입되었다. 원래 늪지대 북쪽4은 미 해병대 전술책임지역이었다. 6중대 2개 소대는 산록을 따라서 늪지를 바라보며 정글 속에 배치되어 차단작전을 하고 있다가 후퇴하는 적을 잡는 것이 이번 작전의 임무였다.
별 다른 상황이 없어 지루함을 느끼고 있을 무렵 중대 CP(지휘소)에서 무선이 왔다. 공병교육을 마친 김 하사관이 헬리콥터 편으로 와있고 또한 편지도 많이 와 있다는 소식에 소대원들은 들떠서 중대 CP로 편지를 받으러 가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1분대장 역시 별 다른 상황이 없으니 각 분대에서 3명씩 차출하여 자기가 인솔하여 다녀오겠다고 건의하는지라 작전에는 별 무리가 없을 것 같아 허락하였다.
중대 CP는 불과 2km 정도 후방에 떨어져 있는 고지였는데, 30분이 경과한 후 무전병으로부터 중대 CP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고 1시간이 거의 다 되어 도착할 때가 다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을 무렵 폭발음이 쨍! 하고 들려왔다. 지척거리인지라 급히 달려가 보니, 대원 한명이 발목지뢰를 밟아 발목이 잘려나간 것이 아닌가!
위생병이 달려와 모르핀을 주사하고 응급조치를 한 후 메드 백(med evec.)을 불러 후송시키는데, 이 부상병이 떠나면서 하는 말이 “소대장님 죄송합니다. 저는 살아서 먼저 갑니다.” 하면서 헬기를 타고 떠난다.
환자 수송을 마치고 나서 곰곰이 이 병사의 말을 되새겨보니 미묘한 말이었다. 비록 자신의 발목은 잘려나갔지만 살아서 귀국하는 것이 기쁘다는 뜻이고, 소대장 너는 언제 죽을지 모르니; 몸조심 하라는 것 같았다. 이 부상자는 진천농고 출신이었는데, 아마 고향에서 잘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한번 보고 싶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