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한기공이 경기도 평택군 진위면에 매입한 21만평의 대지를 활용하기 위해 1971년에 연건평 900여 평의 오산공장을 지었다. 이것은 앞으로 플랜트사업에서 사용할 장치와 기자재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공장이었다. 신한기공이 당시 소유하던 장비로는 롤러, 프레스, 교류전기압착기 등이 있었으며 중장비는 사정에 따라 임대해서 사용했다.
우리는 JGC가 유공의 확장공사를 마치고 철수할 때 가져가기 어려운 중장비들을 무상 혹은 헐값에 인수받아 당시 국내 최고의 장비를 갖추게 되었다.
건설업 면허 제558호를 취득한 신한은 국제적으로도 공인 받는 API(American Petroleum Institute)에서 스탠더드650의 특별인가도 취득했다. 또 1971년 7월에는 전기공사업 면허를 취득하여 포항제철, 이수화학, 대성메타놀 등의 전기공사를 했다.
이렇게 해서 신한기공은 발족한지 얼마 안 되어 전엔지니어링과 마찬가지로 한국, 동남아, 중남미, 중동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였다. 이 회사들의 해외진출활동은 1974~1975년경에 절정에 달했으며, 한창 때는 두 회사를 합쳐 2,000명 정도가 해외건설현장에 나가 있었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나는 직원들의 교육훈련과 연구지원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그래서 모든 직원이 도서구입에 대해 소설이나 시가 아닌 한 무한 재량권을 주었다. 몇 만 달러 하는 HTRI(Heat Transfer Research Inc.)나 SRI(Stanford Research Institute)의 연구보고서의 구입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해외의 첨단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은 모두 할 생각이었다. 또 사원들의 국제학회 참여도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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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3년 홍콩 해수담수화 플랜트 / 홍콩에 최초로 진출하여 해수담수화 공장을 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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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어가며 과학기술원(KAIST)에 보내 석박사학위를 받도록 하는 한편 KAIST의 졸업생들을 회사에 받아들여 연구를 하게 하기도 했다. 박상언(朴商彦. 인하대 화학과 교수) 씨 같은 이는 우리화공부에서 일하다 KAIST로 가 석, 박사학위를 마치고 다시 우리 연구소에서 근무했다. 1979년 여의도 10층 사옥을 지어 이사 간 후에는 한 층 전체를 부속연구소로 할애했다.
KAIST 원장과 과학기술처장관을 지낸 동생 학제(學濟)에 의하면 자신이 유학한 독일에서는 연구원들이 실험에 필요한 분석기구를 직접 만든다고 했다. 분석이 잘못되면 그 이유를 자신들이 규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나는 전엔지니어링 연구소 연구자들이 ‘가스성분 분석기(Gas Chromathography)’를 직접 만들도록 지시했다. 당시 이러한 분석기는 국내 유수 대학에도 1대 밖에 없을 정도로 귀한 것이었으나, 전엔지니어링 연구소에서는 10대를 제작해 6대는 자체 내에서 사용하고 4대는 외부에 팔거나 임대해주었다. 당시 정부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연구소에 대해서는 병역면제 특혜를 주었기 때문에 우수한 인력들이 중단 없는 연구를 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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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5년 미국동부를 방문하여 아우 전학제 박사와 함께 / 당시 학제는 프린스턴 소재의 모빌(Mobil)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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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연구소는 장문택 화공담당 이사를 수장으로 촉매, 환경, 전자연구의 3분야로 나뉘어져 있었으며 박상언 박사가 촉매를, 김영준(金榮俊) 박사가 환경과 계장(計裝)을 담당했다.
나는 자질 있는 신입사원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우리와 관련 있는 외국회사에서 교육훈련을 받게 했다. 어학연수도 하고 일정 기간 직무훈련을 받게 했다. 연수는 대개 1년 이상이었으며 연수를 받으면서 일하고 봉급도 받게 했다. 일본의 JGC, 미국의 UOP, UGC, M. W. 켈로그(Kellogg), 영국의 데이비 파워 가스(Davy Power Gas) 등에 사원들을 보내 연수를 받게 한 것이다. 또 사내 도서관을 담당하던 이순자(李順子) 씨를 성균관대학 도서관학과에 보내 석사학위와 사서자격증을 취득하게 했다.
중동에서 건설붐이 일어나면서 우리나라의 중동건설 수주액이 급증했다. 1974년 말에 2억 6,000만 달러이던 수주액이 1975년에는 226%나 늘어난 8억 5,000만 달러에 달했다. 일감은 쏟아지는데 기술 인력이 부족한 형편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업체가 진출한 분야는 토목건설을 비롯하여 정유공장과 화학공장의 플랜트 건설이었다. 정부는 토목공사에 필요한 포클레인 등 중장비 운전기사와 철 구조물 공사에 필요한 용접, 배관 기능자를 각 업체가 자체훈련하여 양성토록 했다.
1975년 나는 오산에 직업훈련원을 세웠다. 훈련생들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동안 무료교육을 받고 신한기공 현장으로 나갔다. 정부가 1978년부터 우수 기능인력 양성을 위하여 우수 기업체와 기존 공업고등학교와의 자매결연을 추진하자 신한기공은 의정부공업고등학교와 1979년 9월에 결연하여 송창선 교장에게 3천만 원의 지원금을 전달했다.
한국능률협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1979년 우리나라 100대 상장기업 중 교육훈련비 지출 규모는 신한기공이 5억 5,700만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충남방적의 12억 8,700만원, 2위가 동아건설의 7,300만원이었다. 나는 또 서울 영동에 디자인센터를 만들었다. 배관과 건물구조 도면을 그리는 디자이너를 양성하기 위해서였다.
직원훈련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한 결과 전엔지니어링의 우수하다는 소문이 나돌자 이 방면에 눈을 뜨기 시작한 대기업들이 우리 사원들을 우리보다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해 가기 시작했다. 많은 수의 엔지니어들이 빠져나갔으나 나는 말리지 않았다. 어디에서 일하건 나라로 볼 때는 상관없다는 생각에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