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생각한 것을 말로 표현하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이며 불만족스러운 지를 글쓴이들은 잘 압니다.” 농훈 김성훈 교수(전 상지대 총장)의 자서전 '더 먹고 싶을 때 그만두거라'의 첫 대목입니다.
드라마 같은 인생 여정을 글로 표현하여 보는 일에 몇 년을 두고 엄두를 못 내며 몸살을 앓아왔습니다. 그러다 이제 큰 용기를 내었습니다. 또 하나의 어설픈 ‘덤벼보기’에 지나지 않을 졸필이라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저의 이야기가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자녀들에게 유산이 될 수도 있겠다는 작은 희망을 품고 회고록을 남기기로 마음 가닥을 잡았습니다. 더구나 문학도가 아닌 공학도로서 글다운 글을 쓰기란 콘크리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는 아픔이었음을 이해하시고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47년 전, 백호주의 성벽 높은 생소한 나라 호주(Australia)에 이민을 가는 일은 그야말로 인생의 ‘도전’이라기보다는 그저 무작정 ‘덤벼’ 그 자체였습니다.
‘덤벼’와 ‘도전’이 어떻게 다를까요?
사전상의 의미로, 덤벼(Pounce)는 ‘달려든다.’는 뜻으로 해석되어 있습니다. ‘개가 사람에게 무차별적으로 달려든다.’는 뜻의 예문도 나와 있습니다. 개의 동물적인 본능에 의한 행동이라고 할까요?
도전(Challenge)의 사전상의 의미는 ‘해볼 만한 일의 목표를 사람이 정해놓고 그것을 향해 최대한 노력하는 행동’이라고 합니다. 결국 ‘덤벼’와 ‘도전’의 차이는, 동물적인 무지한 행동과 의식을 가진 사람의 행동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때, 호주에 덤벼든 저의 행동은 도전이라기보다 무작정 달려든 ‘덤벼’라는 표현이 더 적당할 것 같아 ‘덤벼 인생’으로 제목을 정했습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덤빈다는 말처럼, 호주를 몰라도 너무나 몰랐던 저의 지난 삶을 대략 4가지로 나누어 회상해 보았습니다.
첫째, 저의 청소년 시절입니다. 동족 전쟁의 비극에 이어 4·19 혁명과 5‧16쿠데타로 온 나라가 요동을 쳤고,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들도 서독 탄광촌의 광부로, 간호사로 파견되어야 했던, 취직이 별 따기처럼 힘들던 60년대의 상황과 ROTC 초급장교 시절 용기와 담력, 통솔력을 배울 수 있었던 사연도 담았습니다.
둘째, 새내기 직장인의 생활, 신붓감과의 교제와 결혼, 교회생활, 군에서 만난 친구와의 이별, 공업전문대학 교수생활, 무작정 떠난 호주에서의 생활을 엮어 보았습니다.
셋째, 호주의 백인사회에서의 이민생활, 석·박사 학위 취득 과정, 이민 교회의 창립, 끝없는 분쟁 속의 한인교회와 교인들, 신앙에 대한 갈등 등을 담았습니다.
넷째, 이민생활 속에서 활발하게 전개한 모국기업과의 지속적인 관계 및 활동, 다시 찾아간 내 고향 목포, 백인사회와의 갈등, 귀국 준비와 치열한 노력, 국제학술활동과 국내 대학의 교수임용, 고국으로 귀국하기까지의 사연을 그려보았습니다.
돌이켜보면 무모한 ‘덤벼 인생’이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 미래의 꿈을 펼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역경과 난관을 피하려 하지 말고 기꺼이 덤벼들어 능동적으로 이겨내는 자세가 필요함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의 이민을 계획하고 계시거나 그곳에 계신 교민들께도 이 책이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재외 교포들의 이민 교회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분쟁의 실상과 신앙인의 자세 등도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용기와 집념으로 ‘덤빈’ 나의 삶이, 하나님께서 함께하셨기에 결국 ‘도전’으로 바뀔 수 있었음에 긍지를 느끼며 이글을 바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