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59년에 제8회 서울시문화상을 받았다. 이 해에 나와 함께 서울시 문화상을 받은 사람은 모두 아홉 명이다. 열 개 분야인데, 인문과학부문만 수상자가 없어 아홉 명이 된 것이다.
수상자의 면면을 보면 자연과학에 전민제(全民濟), 문학에 최정희(崔貞熙), 미술에 장우성(張遇聖), 음악에 이인범(李仁範), 연극에 김승호(金勝鎬), 영화에 양주남(梁柱南), 건축에 민한식(閔漢植), 공예에 장기명(張基命), 체육에 이창훈(李昌熏) 등이었다.
최정희 씨는 소설 ‘인생찬가“가, 나는 58년 7회 국전에 출품한 ’고사도(高士圖)‘가 수상착품이었다. 최 여사는 작중 인물의 성격판정에 뛰어난 수법을 보이고 사건중심의 소설을 지양했다는 인정을 받았고, 내 경우는 ’고사도(高士圖)‘가 현대 동양화의 난제(難題)인 전통의 계승과 창작성을 어떻게 조화하느냐를 잘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동양화의 전통적 품격을 버리지 않으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살린 작품이라는 심사평을 들은 것이다.
고사도는 속세에 물들지 않은 지조 높은 선비를 노래한 백락천(白樂天)의 시를 읽다가 발상된 것이다. 내 딴에는 고고한 선비정신을 부각해 보려고 애썼던 작품이다.
음악의 이인범 씨는 55년에 화상을 입은 뒤에도 불사조 같은 의지로 재기, 56년ㆍ57년에 리사이틀을 갖고 한국 오페라 연구회를 창설, 오페라 운동을 벌였다는 공로를 인정받았다. 연극의 김승호 씨는 58년에 원각사(圓覺社)에서 공연된 유치진(柳致眞) 작 ’소‘(전 3편)에서 ’말똥이‘ 역을 맡아 이 연극의 주제인 풍자성을 높이는데 기여한 공로로 수상자가 된 것이다. 체육의 이창훈은 당시 약관 24세의 중앙대 재학생이었는데, 58년 동경에서 열린 제3회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마라톤에 우승, 국내 육상계의 호프로 등장해서 서울시 문화상을 받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