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 포즈난 세계청소년 펜싱선수권대회에서 대한체육회 부회장으로서 선수단장을 맡게 되었다. 태권도가 아닌 종목의 선수단장을 처음 맡게 된 것이었다.
9명의 선수단을 이끌고 포즈난 세계청소년 펜싱 선수권대회가 열리는 폴란드로 향했다. ’76년에는 한국과 폴란드는 국교가 없었다. 북한은 폴란드에 대사관도 있었고 같은 공산권 국가로서 상당히 유대관계가 깊었다.
신변의 위협이 심할 때여서 선수단 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선수단 모두 일치단결해서 대응했고 경기에 임했다. 참가국 선수들과 주최 측으로부터 참가한 아시아 유일국으로서 매너와 처신이 좋았다는 찬사를 듣고 경기 성적도 훌륭했다.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비인기 종목이며 걸음마 단계에 있던 한국 펜싱이 그런 대회 참가가 밑거름이 돼 시드니 올림픽에서 김영호 선수의 금메달, 이상기 선수의 동메달을 만들어 낸 것이다. 당시만 해도 스포츠 약소국이었지만 그 후 우리나라에서 세계 펜싱선수권대회도 개최했고 지금은 아시아 펜싱의 최강국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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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6년, 폴란드 포즈난 세계 청소년 팬싱대회에 참가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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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폴란드에서의 북한공작원의 감시는 매우 심했다. 매일 호텔 앞이건 경기장이건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코트를 입은 북한 공작원이 우릴 감시하고 미행했다.
대회를 마치고 포즈난에서 바르샤바로 가는데 포즈난에는 비행장이 두 군데가 있었다. 우릴 감시했던 북한 공작원은 다른데서 한국 선수단을 기다렸던 모양인데 우릴 놓쳤다. 바르샤바에서 짐을 기다리고 있는데 다음 비행기로 온 덴마크 선수단이 북한 공작원이 비행장에서 우릴 찾느라 야단법석이 났다고 전해줬다.
이런 일도 있었다. 폴란드행 LOT 편 비행기로 갈아타기 위해 파리의 올리 힐튼 호텔에서 숙박을 하게 됐다. 외국을 나가기가 어려운 시절이라 모처럼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 선수단 외출을 허락했다. 그런데 밤에 김성규 KOC 국제부장과 장진수 감독이 말씀드릴 것이 있다고 방에 찾아왔다.
김성규 부장이 외출을 나갔다가 여권을 분실했다는 것이다. 다음날 바르샤바로 가야하는데 난감한 일이었다. 경비도 잃어버렸냐고 했더니 다행히 경비는 호텔 금고에 맡겼다고 했다.
한숨을 돌리고 마침 윤석헌 프랑스 한국 대사가 잘 아는 분이어서 부탁을 해 그 다음날 여권을 발급받게 됐다. 김 부장한테는 다음날 비행기로 뒤따라오게 하면서 보안을 지키도록 지시했다. 그 당시에는 이런 일은 파면 감이었다.
서울에 가서 김택수 당시 대한체육회장에게 보고하고 불문에 부치도록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