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06년 4월부터 도쿄의 게이오기주쿠대학교(慶應義塾) 법학부에서 방문교수로 연구실을 갖게 되었다. 대학 측은 내게 연구실, 교수 간담회실, 교수 클럽, 교수 아파트 등 많은 편의를 제공해 주었다. 숙장(塾長, 총장)은 안자이 유이치로(安西 祐一郞)이고 법학부장은 오코노기 마사오(小此之本 政夫)였다.
미국은 내가 군과 정부에 있을 때부터 미국 전문가로 알려질 정도로 오래 있었기 때문에 가까운 일본의 문화와 전통, 경제를 보고 싶었다. 있는 동안 와세다대학교와 게이오대학교의 조정 경기도 보고 와세다대학과 게이오대학 간의 야구, 럭비 경기도 메이지신궁구장으로 보러갔다. 거기서 와세다대학교의 총장과 체육계 교수들도 많이 만나고 와세다-게이오 대학 간 경기 방식이 우리의 연고전과 다르다는 것을 배웠다.
게이오대학은 미타(三田), 히요시(日吉), 가미야(矢上), 쇼난후지사와(湘南藤沢), 시나노마치(信濃町), 교리스(共立) 등으로 캠퍼스가 나눠져 있는데 각 학부장을 교대로 예방하고 안내하고 강의도 하고 스포츠에 대한 간친회를 가졌다. 박갑철 연세체육회 회장 요청으로 연세-게이오 체육교류 협정을 체결했다. 박 회장 일행이 일본에 와서 게이오대학의 미야지마(宮島) 회장 대행과 서명을 하고 히요시(日吉)의 체육시설을 시찰한 것이 기쁜 추억으로 남는다. 그 후 연세체육회는 게이오의 150주년기념식에도 초청되었다.
히요시(日吉) 캠퍼스는 39개의 운동부가 있는데 각자의 연습장을 전부 가지고 있어서 놀랐다. 육상, 축구, 야구, 하키 등의 경기장이 우리처럼 운동장 하나가 아니고 별도로 있었다. 히요시에서는 1학년생 전원과 2학년 일부(학부에 따라)가 기숙사 생활을 한다. 안자이 유이치로(安西 祐一郞) 숙장(塾長)을 만났더니 자기도 검도부 출신이라며 연세-게이오 체육교류를 특히 내년 게이오대학 창립 150주년에 대대적인 보도를 하면 좋겠다며 환대해 주었다.
게이오대학은 다른 대학과는 달라 체육특기생이 없고 보통 학생들이 특별활동이나 취미활동으로 스포츠를 즐기는 학교다. 그렇게 스포츠를 즐기는 가운데 뛰어난 자질을 가진 학생은 선수가 되기도 하는데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타카하시(高橋) 감독, JOC의 타케다 회장, 리우올림픽 400m 릴레이 은메달리스트 야마가타(Yamagata) 등이 게이오 출신이다. 또 1학년생이 전국일본육상대회 800m에서 우승하는 것도 보았고 와세다-게이오 야구전이 열리는 메이지신궁 야구장(明治神宮野球場)에 표를 사서 들어가는 양교 학생들이 관람석을 가득 메우는 것도 보았다. 히요시의 육상경기장은 국제육상기준경기장, 실내수영장도 기준수영장이다.
도쿄 6개 대학야구 시합에서 와세다-게이오 대학전(戰) 시구를 해달라는 부탁이 있었는데 사양했다. 있는 동안 일본의 대학, 체육계 움직임을 많이 공부했고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 대해 몰랐던 것을 배웠다.
일본 1만엔권에 나오는 게이오대학 창설자 후쿠자와 유키치(福沢諭吉) 선생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게이오대학에서는 내가 있는 동안 각별히 신경을 써 주었다. 거기 있는 동안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유치가 있어서 한 번 유럽에 가서 도움을 주었다. OCA 회장이 OCA 총회 초청장을 보내 왔는데 나중에 평창에서 어떤 소리가 나올지 모르니 가지 않는 게 좋다는 당국의 권고가 있어 가지 않았다. 게이오를 떠날 때 체육부 학생 졸업식에서 세이케 아쓰시(清家篶) 숙장(총장)으로부터 체육공로상도 받았다.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은 “올림픽을 유치한다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 발등을 찍는 행위를 하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며 김운용 위원 같은 경우 아직도 20~30명 정도는 영향을 주니 도움을 받으라”고 했다 한다. 독일의 바하 IOC 부위원장과 NG 싱가폴 IOC 위원 등 여러 사람이 누차 얘기를 해도 들은 체 만 체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는 사이 2014년 동계올림픽을 결정하는 과테말라 IOC 총회가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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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이오 대학 법학부 방문 교수시절 나의 연구실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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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선 지사, 한승수 유치위원장, 신정승 대사, 오지철 보좌관, 이광재 의원 등 여러 사람이 협조를 요청해 왔다.
우리나라 스포츠 외교는 겉치레가 너무 많다. 득표 활동에 치중해야 하는데 쇼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과테말라 IOC 총회 전에도 국내 선전 궐기대회, 걷기대회, 불공기도대회 등 IOC는 알아주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행사가 줄을 이었다. 그럴 예산과 힘이 있으면 한 명의 IOC 위원을 더 만나는 게 나을 듯 싶다. 프라하 총회 때도 여러 명의 국회의원과 대표단이 수백 명 왔는데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김진선 지사의 출발 전 인사 전화가 왔길래 “쇼보다는 득표에 노력하라”고 했는데 귀에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출발 전에 49표를 확보했다기에 웃으면서 오지철 보좌관에게 “50표면 30표로 생각하면 된다.”라고 IOC의 속성을 알려 주었다. 삼성은 삼성 나름대로, 두산은 두산대로, SK는 SK대로 평창 핑계로 특별 사면을 받는 회장들과 대사관은 대사관대로 각개전투를 폈지만 정곡을 찌르는 작전이 부족했다. 보고는 항상 부풀려 하게 마련이다. IOC 위원은 만나기도 힘들지만 만나도 된다, 안 된다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게 원칙이다.
김진선 지사가 사마란치 전(前)위원장이 소치를 지지한다기에 “특별히 지지야 하겠느냐, 유럽에 가는 길에 한 번 찾아가서 인사나 드리라”했다. 들으니 사마란치를 찾아갔고 사마란치는 할 말이 없으니 “삼성의 전폭적인 협조에 의지하고 단결해서 노력하라.”고 충고를 했다 한다. 그 당시 사마란치의 한국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알 리 없다. 그 후 한승수, 윤강로, 삼성그룹 관계자 등이 수없이 찾아갔다 한다. 그러나 적재적소를 모르는 사람, 핵심을 모르고 주변만 맴도는 사람, 쇼만 해서 자기의 이권만 챙기려는 사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 잘 되면 제 덕이고 못 되면 남의 탓을 하는 사람들이 뭘 제대로 해낼 것인가.
싱가포르의 세르미앙 능(NG) IOC위원을 비롯한 여러 IOC 위원이 “김운용 IOC위원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어렵다”는 얘기를 수차례 했다는데 전부 묵살되었다. 김원기 국회의장이 싱가포르에 갔을 때도 말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가 무얼 믿고 된다고 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광재, 오지철 등은 나를 앞세우고 싶었던 것 같은데 태스크포스(Task Force) 8인 중 대다수가 내가 과테말라에 가는 것을 반대했다 한다. 오지철 보좌관은 “팩스(Fax)와 전화로 도와달라고 하면서 반대한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될 것”이라며 소치로 넘어간 것 같다는 몇 IOC 위원 명단을 주었다.
“경쟁 상대방이 있는데 전화와 편지로 득표가 되겠느냐.”고 설명하고 “안 되면 누가 책임질 거냐.”고 되물었다. 그러기 얼마 전에 KOC 김상우 총무가 “ITF 회장과 같이 뵙고 싶다”고 해서 시간이 없어 조찬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남북단일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눈치를 보는 것이었다. “남북공동입장은 내가 해낸 일이지만 단일팀은 쉬운 일이 아니라 과테말라 전까지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지적하면서 “과테말라 때문에 하려는지 아니면 백년대계를 위한 것인지”를 물었더니 우물우물 “두 가지 다입니다”라고 답했다. 단일팀을 하려면 북한의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되는데 수백만 달러가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꼭 필요하고 중요하면 북한에 직접 가서 NOC 위원장도 만나고 장 웅 위원도 만나라”고 하고 헤어졌다. 과테말라 총회 전에 사마란치 위원장이 전화로 “원래 잘츠부르크가 될 것으로 모두 알았는데 잘츠부르크가 실수를 많이 해서 지지율이 떨어져 평창과 소치가 겨루게 될 것”이라고 알려줘 그 내용을 오지철에게 전해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