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개혁의 일환으로 출범한 교원대가 안고 있는 과제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우선 교원교육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새로운 구상을 구현한다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이 일은 말과 같이 쉽지는 않았으며 실제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랐다. 기존 대학의 경우 종합대학교내의 사범대학은 독자적인 특수성을 제대로 나타내기 어려운 점이 있고 단과대학일지라도 이미 나름대로의 전통과 제도가 굳혀져 있어서 교원교육의 새로운 체재 구상에는 많은 난관이 있다는 분석이었다. 보다 적극적으로 미래사회를 내다보는 교육개혁이 필요하며 이를 위하여 교원교육의 새로운 설계로서 교육종합대학교의 신설안이 추진되었고, 그 결실로서 한국교원대학교가 출범한 것이고 보면 교원대의 특성이 무엇이며 안고 있는 과제가 어떠한 것인가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교원대는 기본적으로 현재의 교원교육 체제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거나 대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교원교육의 새롭고도 시범적(示範的)인 모델을 창출하여 교원교육의 질적 고도화를 도모하자는 데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종전에 서울대에서 관장하던 업무가 이관된 것인데 연수과정을 실시하는 데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애로가 많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준비해야 할 일도 많았다. 87년 1월 1일자 교육신보(敎育新報)는 다음과 같이 이 사정을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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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북 청원군 강내면 다락리(忠北 淸原郡 江內面 多樂里) 한국교원대학교 캠퍼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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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의 날씨에다 학교건물의 신축 등으로 캠퍼스는 을씨년스럽지만 전국에서 모인 3백41명의 교장자격 연수생들의 열기가 가득하였다.
이번부터 교장자격 연수가 서울대에서 교원대로 이관됨에 따라 교원대연수원(敎員大硏修院)에서도 의욕적인 프로그램을 편성 추진하고 연수생들도 종래에 들어온 연수와는 다를 것이라는 마음의 각오로 활기 넘친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는 구랍 23일 첫 강의를 한 권이혁(權彛赫) 총장의 특강에서 비롯됐는데 권(權)총장은 과거 문교장관 시절의 어려웠던 정책구현 사업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초·중등학교장의 막중한 사명감을 일깨웠다.
그리고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의 모색이 연수생들 간에 자유롭게 토론되기를 당부했다. 장관 재임 시 누구보다 초·중등교육에 심혈을 쏟은 만큼 연수생들의 피부에 와 닿는 명강의에 예비교장들은 힘찬 박수를 보냈다.
이렇게 시작하여 신정연휴를 쉬는 것을 빼고 2월 14일까지 계속되는 연수과정은 총 2백 60시간, 교양(敎養), 교직(敎職), 전공(專攻), 교과교육(敎科敎育) 등 43교과에 55강좌가 정규과정이고 국민정신교육, 건강관리, 교양 및 오락, 자치회 운영 등 19개 활동에 75시간이 편성돼 있었다.
연수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됨으로 상호의견 교환, 단체 생활로 얻어지는 일체감 형성 등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2인 1실의 기숙사는 3백 41명을 다 수용하지 못해 교원대생이 쓰던 기숙사에도 2백 22명이 사용하고 있다. 하숙생활을 하며 연수를 받아 왔던 지방교원들은 안락한 주거환경에 만족해하고 있다. 휴게실에는 텔레비전, 잡지와 오락기구가 비치되어 있고 2개의 컴퓨터실을 자유롭게 이용하게끔 하고 있다. 컴퓨터실은 앞으로 교육행정의 전산화(電算化)에 맞춰 교장들은 컴퓨터를 운영 ·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일과 후 재바른 행동이 없으면 차지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연수생들에게는 교원대의 도서관도 개방되는데 도서대출은 물론 밤 10시까지 지방연수생들의 과제물 작성, 수강 준비의 장소로 활용돼 열람석이 꽉 메워져 있다.
이러한 부대시설에 맞게 교원대 연수원이 꾀한 것은 연수방법의 다양화다. 이에 따라 바쁜 일정이 계속되는데 강의 1백 13시간, 토의 39시간, 견학 9시간, 영화 1시간, 분임토의 18시간, 실습 7시간, 사례발표 22시간, 개인연구 28시간, 현장답사 4시간 등 실증을 느끼지 않는 연수방법이 시행되고 있다. 정신없을 정도로 시간이 운영되지만 연수생들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또 초빙된 강사들도 서명원(徐明源) 교육개혁심의회 위원장, 이한빈(李漢彬) 전(前) 부총리, 유성종(劉成鐘) 충북교육감 등 유명인사들이고 사례 발표자들도 젊고 추진력 있는 현직 교장들이 하고 있어 이들의 이야기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표정이다.
연수생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인 평가(評價)는 연수과정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비중이 있는데 학습평가(50~60%), 과제평가(30~40%), 생활상황평가(10%)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모든 과정에서 상호경쟁이 불가피하고 학습분위기와 과제물 정리에는 입시를 앞둔 학생 못지않게 열기가 대단하다. 학습평가는 전 교과목에 대하여 평가가 실시되고 진단 평가는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다. 또 평가 시기는 연수의 마지막에 일괄 시행하지 않고 일정 기간 강의한 교과목의 평가문항을 종합 실시하기 때문에 한시라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학습평가는 가정학습 과제, 개인연수 보고서, 실무실습 과제, 분임토의 보고서 등이 대상이 되고 있어 기숙사 방마다 12시가 넘어도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으며 도서관의 자리잡기 경쟁이 치열하다.
각종 과제는 상·중·하로 평가됨에 따라 기숙사 쓰레기통에는 깨끗한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폐지(廢紙)가 수북하고 정성을 다해 정서를 하는 모습들이다.
생활상황 평가도 연수생들에게는 은근히 짐이 되고 있지만 연수생활과 기숙사 생활이 평가 대상이 되고 있어 오히려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연출, 단체생활의 경직성을 벗어나는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연수생들의 걱정거리는 문교부의 연수지침에 다른 점수분포 규정인데 조기발령을 위해선 상위점수 취득이 한결같은 소망이다. 문교부의 지침은 81~91점(50%), 91~100점(50%)의 정규분포에 따라 성적을 내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고민은 연수원 측에도 있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권장 사항이지 ‘지시’가 아니라면서 교원대 첫 연수생들이 손해를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교원대연수원(敎員大硏修院)은 과거 연수기관의 성적기록 자료를 참작해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또 연수원은, 교원들이 점수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도록 과정을 진행시키고 있는 것이 눈에 띄는데 교수 ― 학습에 있어 주입식 강의는 지양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 모색을 위주로 풀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즉, 현직교장으로서 실천해야 할 과제를 던져주고 여기에 맞는 교육이론(敎育理論)과 관련 법규 등을 섞어가면서 연수의 효과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어차피 올 연수생들은 일면에서 보면 실험적 방법 적용의 단계에 대해 걱정하는 소리도 들린다.
집단합숙 연수체제가 그렇고, 평가지침도 종국에는 문교부의 권장대로 실행에 옮겨야 하는 부담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 연수생들의 관측이다.
어쨌든 교원들의 연수 기능을 세분화해 독립된 기관이 계속 추진한다는 장기 계획에 따라 교원대 교장자격 연수는 구각(舊殼)을 탈피하는 새로운 시도로서 평가된다. 여기에 맞게 연수생들은 예비교장(豫備校長)으로서 실무기술과 자질을 함양키 위해 한 치의 틈도 없는 일정 속에 바쁜 걸음을 옮기느라 분주하다.
일선학교의 경영을 담당해야 할 필수과정으로 교장자격 연수를 인식하고 있는 연수생들은 아무래도 성적에 첨예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이들을 수용한 교원대 연수원도 이러한 분위기를 무시할 수도 없는 실정인데 이 연수가 갖는 효력을 높이고 연수생들에게도 원성을 듣지 않도록 애쓰는 면이 복합돼 아직 중심을 잡지 못한 인상도 짙게 풍기고 있다.
게다가 교원대 측에서는 그동안 교원대의 정당성(正當性) 시비도 교육계 내외에서 있어 온 점을 감안, 현직 연수중심의 교원 재교육에 중점을 두기로 정해 차츰 연수내용은 구각을 일탈할 것이라고 연수원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즉 교원대가 추구하고 있는 교육과정을 연수에도 직접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현재 문교부가 교원연수원령 개정을 검토 중이어서 교원대는 독자적인 연수과정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과도기적 연수일수록 주관처나 연수생들의 눈길과 발걸음이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연수생들이 기상하는 새벽 6시 30분에서 명상을 끝내고 취침하는 밤 11시 30분까지 교원대 연수장에는 초 · 중등교육의 발전을 다지는 토론과 연구 열기가 메아리치고 있다.
<정충교(鄭忠敎)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