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金)여사의 서예가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도 잘 알려져 있는데 90년 3월 19일, 출판기념회에서 선보인 민(閔)의장의 저서 “재일본 한국인(在日本 韓國人)…… 왜 일본이름을 쓰고 살아야 하나”는 김(金)여사가 쓰신 것이다.
다음 글은 이 날 신라호텔 다이너스티룸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내가 읽은 경과보고이다. 이 모임의 발기인은 김종필(金鍾泌), 김상협(金相浹), 최석채(崔錫采), 김종열(金鍾烈), 조완규(趙完圭), 김명섭(金明燮), 김경득(金敬得) 제씨와 본인 등 8명이었는데 김종필(金鍾泌) 민자당 최고위원의 축사가 있었고 김재순(金在淳) 국회의장, 강영훈(姜英勳) 국무총리 등 각계 인사 1천 2백여 명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루었으며 민(閔)의장의 위상이 과시되었다.
본인은 먼저 소강 민관식(小岡 閔寬植) 박사의 열한 번째 저서인 “재일본 한국인, 왜 일본 이름을 쓰고 살아야 하나”의 출판을 기념하는 이 모임에, 많은 분들이 참석하시어 자리를 빛나게 해 주신 데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소강(小岡) 선생께서 걸어오신 발자취는 여러분이 너무 잘 아시기에 몇 가지만 줄여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소강(小岡) 선생은 개성(開城)에서 태어나 경기고보(京畿高普)와 수원농대(水原農大)에서 수학하셨습니다. 그 후 교토대학(京都大學) 농학부 농예화학과를 졸업하시고, 귀국하여 1946년 서울대학에 출강하시면서 이듬해 약사 국가고시에 합격, 약사면허를 취득하셨습니다.
소강(小岡) 선생께서는 36세의 젊은 나이에 제3대 국회(國會)에 진출하시어 제4, 5, 6대 국회의원으로, 초창기에 이 나라 국회발전에 진력하고 1976년에 정치 일번지인 서울 종로 · 중구에서 당선되어 제10대 국회에 다시 진출하여 국회부의장과 의장 대리를 지내셨습니다. 제5공화국 출범을 계기로 제 10대 국회가 해산될 때 행하신 대의멸친(大義滅親)에 찬 퇴임사는 오랫동안 우리들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정치가로서 공사다망하신 가운데에서도 학문연구를 통한 부단한 자기 혁신의 노력을 경주하시어 1963년 일본 교토(京都)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수여받으셨습니다.
소강(小岡) 선생에게서 우리 모두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이분의 정력(精力)과 치밀성(緻密成)입니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이를 선용하고 재기의 바탕을 삼는 눈부신 활약상은 45세의 나이에 모교인 교토대학(京都大學)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도한 소강(小岡) 선생께서는 1964년부터 1971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대한체육회장을 역임하셨으며, 대한축구협회 회장,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하면서 한국체육발전의 기반을 굳건히 하여, 스포츠의 근대화와 과학화에 이바지한바 컸기에 ‘88 서울올림픽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다는 것은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또한 1966년부터 1980년에 걸쳐 대한약사회 회장을 일곱 번째 역임하시고 약사 공론을 창간 · 운영하시면서 ‘건강한 한국, 건강한 국민’ 등 복지사회 건설에 심혈을 기울이는 한편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 회장으로서 ‘과학 한국’의 기반을 다져왔습니다.
박사께서 우리나라 교육발전에 끼친 영향도 대단하다 하겠습니다. 1971년부터 1974년까지 장수 문교부 장관(長壽 文敎部 長官)을 역임하시면서 고교입시제도 개선, 대학의 자율화, 의무교육의 충실화, 사립학교교원 연금관리공단, 체육진흥기금의 설치 그리고 방송통신대학 창립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업적을 남기셨습니다.
소강(小岡) 선생께서는 1977년부터 현재까지 남북조절위원회 부위원장 겸 공동위원장대리 그리고 1989년부터 현재까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으로 계시면서 언젠가 우리가 이루어 후손에게 물려줄 ‘통일조국’의 이정표를 세우는 데 불철주야 노력하고 계십니다.
소강(小岡) 선생께서 우리나라의 정치, 교육, 사회, 과학기술 그리고 체육발전에 기울이신 노력이 참으로 지대하다는 것은 1970년 국민훈장 무궁화장 수훈(國民勳章 無窮花章 受勳), 1974년 청조근정훈장 수훈(靑條勤政勳章 受勳), 그리고 1989년 체육훈장 청룡장 수훈(體育勳章 靑龍章 受勳)이 그것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정치가로서, 학자로서, 그리고 행정가로서의 소강(小岡) 선생은 “낙제생(落第生 ― 나의 정치생활 10년”과 “정계이면(政界裏面)” 등 6권의 정치관계 저서 그리고 “한국체육의 개혁과 진로”등 4권의 전문서적을 저술하였습니다.
박사께서는 10대 국회를 떠난 이후, 일본에서 한국인의 법적 지위확보를 위한 제반 연구를 위해 3년간 일본 동경대학(東京大學) 및 교토대학(京都大學) 등에서 연구활동을 하였고, 오늘 출판 기념회를 갖는 “제일한국인 ― 왜 일본 이름을 쓰고 살아야 하나”는 소강(小岡) 선생께서 직접 재일한국인들이 처한 현실을 보시고 집필한 저서인 만큼 산 교육서로서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강(小岡) 선생께서 이 책을 공사다망한 가운데 집필하시면서 저술이 진전되지 않자 서제(書齊)에 “너는 또 어디로 가느냐 ? 빨리 논문을 끝내라”하는 글을 써놓고 스스로 외출을 자제하시고 집필에만 몰두하시는 집념을 보이시기도 하셨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소강(小岡) 선생께서 지금까지 쌓아온 업적은 항상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부단한 자기 혁신의 노력과 따뜻하고 훈훈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데서 이루어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시간에 소강(小岡) 선생의 지나온 발자취를 다 말씀드릴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이만 줄이고자 합니다.
초청인의 한 사람으로 다시 한 번 귀빈 여러분들이 많이 참석하여 주신 데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민(閔)의장의 뒤에는 언제나 사모님 김영호(金英鎬) 여사의 내조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일이다. 김(金)여사의 한국요리는 정평이 나 있다. 이론과 실제를 겸한 여사는 이 분야에서 독특한 존재를 과시하고 계시다. 김(金)여사는 뜻한 바 있어 “나의 주방생활 50년”이란 책을 펴내셨고 90년 11월 22일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도하의 신문들이 앞다투어 이 일을 소개하였다.
92년 9월 22일에는 통일문제에 관한 원로급 자문회의인 통일고문회의의 제5대 의장으로 선출되시어 통일분야에 대해서도 남달리 조예가 깊은 일면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92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김영삼(金泳三) 후보의 당선을 위하여 혼신의 노력을 하셨다. 민자당 상임고문으로서 역량을 발휘하셨고 노익장을 과시하는 모습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