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삶을 학문과 더불어' 발간과 연재를 마치고 - 제자 조도순
麗泉 김준호 선생님께서 어느덧 팔순을 넘어 미수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아직도 젊은이들 못지않게 정열적으로 학슬 활동을 하고 계시고 정정하십니다.
여천 선생님께서는 40여 년 간 학문의 길을 걸으며 공주사범대학과 서울대학에서 수많은 제자들을 기르셨습니다. 이들 제자들은 교수로서, 과학자로서, 교육자로서, 또는 중견 사회인으로서 지도층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학문적으로 어려운 연구 여건 하에서도 16권의 저서와 120편의 연구논문과 18회에 걸친 국제회의에서 연구 발표를 통하여 한국 생태학의 발전에 크나큰 업적을 남기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정년퇴임 후에도 학자들이 선망하는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으로 피선되어 매우 활발한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계십니다.
이러한 교육과 학문에 대한 업적은 선생님의 깊은 철학에서 우러나왔다고 믿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자연과 인생에 대한 사상과 철학은 종전의 저서인 ‘문명 앞에 숲이 있고 문명 뒤에 사막이 남는다’를 비롯하여 그 밖의 여러 신문, 잡지 및 저서를 통하여 접하여 왔습니다. 저희 문하생들은 선생님의 고희를 맞아 걸어오신 70평생의 기록을 글로 남겨주실 것을 간청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연재한 ‘한 삶을 학문과 더불어’는 그 결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여천문집Ⅰ《한 삶을 학문과 더불어》는 선생님의 출생으로부터 고향 이야기, 전쟁 중의 어려웠던 학장생활, 학문하는 과정의 어려움과 성취감 등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자서전은 선생님께서 하나하나 증거를 수집하여 마치 과학 논문을 쓰듯이 저술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 앞으로 저희들이 살아가는데 인생의 지침서가 될 줄로 믿습니다. 이 책은 비단 선생님 개인의 자서전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20세기 초엽에 태어나 가시밭길을 일구듯이 학문의 길을 닦아온 생물학자의 인생 역정의 기록으로 여겨집니다.
여천문집Ⅱ《한 삶을 자연과 더불어》는 우리나라의 자연사랑을 수려한 글로 적은 칼럼 모음인 ‘자연의 찬미’, 생태학의 원리에 따라 자연환경을 보존하자고 주장하는 에세이 모음인 ‘훼손된 생태계의 복원’, 일제 강점 하에 고향사람들이 살아온 발자취를 적은 ‘고향사람들의 삶’, 신문과 잡지에서 선생님을 취재하거나 대담한 기사를 모은 ‘매스컴에 비친 麗泉像’, 그리고 평소 선생님과 교분이 두터우신 친지 분들과 따르던 후배와 문하생들이 선생님과 접하면서 보고 느낀 선생님의 인간적인 풍모를 꾸밈없이 적은 ‘여천 프로필’의 다섯 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으로는 막상 편집하고 보니 미흡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닌 듯 하여 송구스럽기 그지 없었습니다만, 언제나 그러하듯이 너그러이 보아주셨습니다. 그래피스 연재로 미흡한 점이 조금이라도 해소되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끝으로 저희 문하생들은 선생님께서 항상 건강하시기를 기원하오며 계속해서 왕성한 학술 활동으로 저희와 일반 국민에게 올바른 삶과 학문의 방향을 인도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여천생태연구회 회장
가톨릭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